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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현황 (퍼서비어런스, 인제뉴어티, 유인탐사)
화성 탐사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에는 막연히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뉴스에서 새로운 탐사선이 발사됐다는 소식을 봐도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까지는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인제뉴어티 헬리콥터가 다른 행성에서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화성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탐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는 퍼서비어런스가 암석 샘플을 수집하고, 미래 유인 탐사를 위한 기술도 시험하고 있습니다. 최근 화성 탐사가 어떤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살펴보면,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화성 탐사에 관심이 생기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이름이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입니다. 2021년 2월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 착륙한 이 로버는 단순히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는 수준을 넘어 상당히 정교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퍼서비어런스의 핵심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샘플 리턴(Sample Return)입니다. 샘플 리턴이란 탐사선이 현지에서 채취한 암석이나 토양 샘플을 지구로 직접 가져오는 계획을 말합니다. 로버가 직접 분석하는 것과 지구 실험실에서 분석하는 것은 정밀도 면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제가 이 부분을 알게 됐을 때 "그냥 사진 찍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퍼서비어런스는 현재까지 수십 개의 암석 샘플을 수집해 튜브에 밀봉해 두었습니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2030년대 초 마스 샘플 리턴(Mars Sample Return, MSR) 임무를 통해 이 샘플들을 지구로 가져올 계획입니다( 출처: NASA ).
또한 퍼서비어런스에는 목시(MOXIE)라는 장비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목시는 화성의 이산화탄소 대기에서 산소를 실제로 생산하는 실험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화성 현지에서 숨 쉴 공기를 만드는 기술을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미래 유인 탐사를 위한 산소 공급 방식을 검증하는 핵심 실험으로, NASA는 이미 수차례 산소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퍼서비어런스가 수행 중인 주요 임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예제로 크레이터 일대의 암석 샘플 채취 및 밀봉 보관
- 과거 미생물 생명체의 흔적(바이오시그니처) 탐색
- 목시(MOXIE)를 통한 화성 대기 내 산소 생산 실험
- 지형 지도 작성 및 지질 데이터 수집
인제뉴어티가 증명한 것, 그리고 그 의미
저는 인제뉴어티(Ingenuity)가 화성에서 처음 날아오른 장면을 영상으로 봤을 때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고작 몇 미터 날았다고?"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맥락을 알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약 1%에 불과합니다. 대기 밀도란 공기가 얼마나 빽빽하게 모여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값이 낮을수록 날개로 양력을 만들어내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지구에서라면 간단한 드론이 화성에서는 극한의 기술적 도전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인제뉴어티는 원래 5번의 시험 비행만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초까지 70회 이상의 비행에 성공하면서 임무를 훨씬 초과 달성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임무 초과 달성은 공학적으로 굉장한 성취입니다. 설계 수명을 몇 배나 넘긴다는 건 단순한 운이 아니라 기술적 완성도를 의미합니다.
인제뉴어티의 성공은 항공 탐사(Aerial Exploration)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습니다. 항공 탐사란 로버처럼 지면을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중에서 내려다보며 넓은 지역을 빠르게 정찰하는 탐사 방식을 말합니다. 로버가 접근하기 힘든 절벽이나 협곡을 드론이 먼저 정찰하는 방식은 앞으로의 탐사 전략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출처: ESA ).
중국의 톈원 1호(Tianwen-1)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1년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고 주룽(Zhurong) 로버를 착륙시키면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화성 표면 탐사에 성공한 두 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주룽은 유토피아 평원(Utopia Planitia)에서 지질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지하 레이더 탐사를 통해 과거 물의 흔적을 시사하는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을까, 그리고 인간이 갈 수 있을까
제가 화성 탐사에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은 사실 로버 기술보다 이 질문입니다. 과거에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가, 그리고 우리가 직접 거기에 갈 수 있는가.
과학자들이 예제로 크레이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곳이 수십억 년 전 호수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일부 샘플에서는 유기 분자(Organic Molecules)가 검출되었습니다. 유기 분자란 탄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화학 물질로, 생명체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지만 생명체 없이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만으로 생명체의 증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지구에서 정밀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게 현재 과학계의 입장입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화성 지하 액체수 가능성입니다. 유럽우주국의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 레이더 관측 결과 남극 빙관 아래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물이 있다는 것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의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에 이 발견은 과학계에서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유인 탐사 전망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현실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2030년대 인간의 화성 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 경험상 우주 프로그램의 일정은 항상 예정보다 늦어졌습니다. 기술적 문제보다 더 큰 장벽은 방사선 피폭 문제입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편도만 약 7개월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우주비행사가 노출되는 우주방사선(Cosmic Radiation) 수준은 현재 안전 기준을 크게 초과합니다. 우주방사선이란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 고에너지 입자로, 인체 세포와 DNA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인 탐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화성 탐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가 암석 하나를 채취할 때마다, 인제뉴어티가 한 번 더 날아오를 때마다 인류가 화성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들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당장 몇 년 안에 극적인 발견이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샘플 리턴 임무가 성공해 지구 실험실에서 화성 암석을 분석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이 진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는 그날을 꽤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