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6개월 거주 (근육손실, 체액이동, 우주방사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6개월간 머문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돌아올 때 부축을 받아야 하는 장면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히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는 그 몇 달 사이에 몸 전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우주가 인간의 신체에 가하는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광범위합니다.
근육손실과 뼈밀도 저하, 얼마나 심각한가
미세중력(microgravity) 환경에서는 몸이 스스로를 지탱할 필요 자체가 사라집니다. 미세중력이란 중력이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니라, 자유낙하 상태가 지속되어 중력의 영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환경을 말합니다. 지구에서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하체 근육이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지만, 우주에서는 그 자극이 사라지기 때문에 근육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근골격계(musculoskeletal system)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근골격계란 뼈, 근육, 인대, 관절이 서로 연결되어 몸의 구조와 움직임을 담당하는 체계를 뜻합니다. 우주에서는 하중이 실리지 않기 때문에 뼈 역시 스스로 밀도를 유지할 이유를 잃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우주비행사는 한 달에 약 1~2%씩 골밀도(bone mineral density)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골밀도란 뼈 단위 면적당 무기질 함량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골절 위험이 높아집니다. 6개월이면 최대 1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인데,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지구에서 폐경 후 여성에게서 관찰되는 골다공증 속도보다 빠르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국제우주정거장 승무원들은 매일 2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운동을 합니다. 저항 운동 장비와 트레드밀을 갖추고 있지만, 이걸로도 손실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입니다. 지구로 귀환한 뒤 재활에 몇 달이 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주 장기 체류가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월 1~2%의 골밀도 감소로 6개월 누적 시 10% 이상 저하 가능
- 하체 근육량 감소로 귀환 직후 독립 보행 어려움
- 인대·관절 기능 저하로 재활 기간 수개월 필요
- 지구 복귀 후에도 완전한 회복에는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 존재
체액이동이 만드는 뜻밖의 문제들
우주에서 몸에 나타나는 변화 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예상 밖이었던 것은 체액이동 문제입니다. 중력이 사라지면 체액이 하체로 쏠리지 않고 상체와 두부(頭部) 쪽으로 이동합니다. 지구에서 장시간 물구나무를 서면 머리로 피가 몰리는 느낌이 나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24시간 지속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 체액이동은 단순히 얼굴이 붓는 외형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두 개내압(intracranial pressure)이 높아지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두 개내압이란 두개골 내부, 즉 뇌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압력을 말합니다. 이 압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안구 뒤쪽을 눌러 시신경 구조가 변형될 수 있고, 그 결과로 시력 저하가 발생합니다. NASA 연구에 따르면 장기 임무를 수행한 우주비행사의 약 40%에서 시력 변화가 관찰되었다고 합니다([출처: NASA]).
심혈관계(cardiovascular system)도 마찬가지입니다. 심혈관계란 심장과 혈관이 연결되어 혈액을 순환시키는 전신 체계를 말합니다. 지구에서 심장은 중력을 거슬러 혈액을 위로 올려 보내는 작업을 항상 하고 있는데, 우주에서는 그 부하가 줄어들면서 심장 자체가 작아지고 약해지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심장도 운동을 안 하면 약해진다'는 이야기로 이해하면 감이 잘 잡히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그 변화가 생각보다 빨리 온다는 점입니다.
면역 체계 역시 교란됩니다. 우주 환경에서 면역세포의 활성도가 달라지고,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는 사례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심리적 스트레스와 수면 리듬 교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우주방사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위협
근육이나 뼈 문제는 귀환 후 재활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됩니다. 그런데 우주방사선(space radiation) 문제는 성격이 다릅니다. 우주방사선이란 태양에서 방출되는 태양풍 입자와 은하 전체에서 날아오는 은하우주선(GCR, Galactic Cosmic Ray)을 통칭하는 말로, 지구에서는 자기권과 대기가 대부분을 차단해 주지만 우주에서는 그 차폐물이 없습니다.
ISS에서 6개월 지내는 동안 받는 방사선량은 지구 지표면 생활에 비해 약 100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그래서 우주비행사 선발이 그렇게 까다로운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체력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가 이 정도 수준의 방사선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하는 문제니까요.
은하우주선(GCR)은 특히 까다롭습니다. GCR이란 초신성 폭발 등으로 만들어진 고에너지 입자가 은하 전체를 떠돌다 날아오는 것으로, 현재 기술 수준의 차폐재로는 완전히 막기가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 DNA 손상을 누적시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NASA는 우주비행사의 평생 암 발생 위험이 지구인보다 유의미하게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기준치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출처: NASA Human Research Program]).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우주여행을 막연하게 낭만적으로 생각하던 시각이 이 부분을 파고들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화성까지 편도 7개월이라는 숫자를 들었을 때 더 이상 단순히 '오래 걸린다'의 문제로 느껴지지 않게 됐습니다.
우주에서 6개월을 보내고 나면 인간의 몸은 지구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상태로 돌아옵니다. 근육과 뼈는 약해지고, 시력은 변해 있고, 방사선은 이미 쌓인 뒤입니다. 화성 탐사가 현실적인 목표로 논의되는 지금, 이 신체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로켓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NASA의 쌍둥이 연구(Twin Study)를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스콧 켈리와 마크 켈리 형제를 대상으로 한 장기 데이터가 이 분야를 이해하는 데 가장 구체적인 자료가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