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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탐사 재개 (아르테미스 계획, 달 남극, 달 기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이후로 한동안 달은 더 이상 새로운 목적지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이미 다녀온 곳 아닌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달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한 번 갔다 오는 탐사가 아니라, 아예 다시 기반을 만들고 머무르려는 시도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료를 조금 더 찾아보니 이번 달 탐사는 과거 아폴로 계획과는 방향 자체가 다르다는 게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아르테미스 계획, 아폴로와 무엇이 다른가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은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이름을 딴 NASA의 장기 유인 탐사 프로젝트입니다. 아폴로 계획이 "먼저 깃발을 꽂는 것"이 목표였다면, 아르테미스는 달에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차이 하나가 두 계획의 성격을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아폴로 계획은 냉전 구도 속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에서 출발했습니다. 달에 먼저 도착하면 이기는 구조였던 만큼, 그 이후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였습니다. 반면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유럽우주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캐나다우주국(CSA)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도 핵심 발사체와 착륙선 개발을 맡고 있으니, 사실상 민관 국제 컨소시엄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우주 탐사는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민간 기업의 참여가 오히려 개발 속도를 훨씬 당겼다고 봅니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기술인 팰컨 9의 사례만 봐도, 발사 비용이 기존 대비 획기적으로 낮아진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진행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단계(아르테미스 I): SLS(우주발사시스템)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의 무인 시험비행. 2022년 완료.
    2. 2단계(아르테미스 II): 우주비행사가 탑승해 달 궤도를 비행하고 돌아오는 유인 비행.
    3. 3단계(아르테미스 III): 우주비행사가 실제로 달 표면에 착륙. 여성 우주비행사 최초 착륙을 포함.

    SLS란 Space Launch System의 약자로, NASA가 아르테미스 계획을 위해 개발한 초대형 발사체입니다. 쉽게 말해 아폴로 시대의 새턴 V 로켓처럼, 사람과 화물을 달까지 보낼 수 있는 현존 최강급 로켓입니다. 아르테미스 I 발사 당시 NASA 공식 자료에 따르면 SLS는 역대 NASA 로켓 중 가장 강력한 추력을 발휘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NASA

    달 남극에 얼음이 있다는 게 왜 이렇게 중요한가

     

    달 탐사를 다시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지역이 달의 남극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굳이 왜 극지방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유가 꽤 단단했습니다.

    달의 남극에는 PSR(영구음영지역, Permanently Shadowed Regions)이라 불리는 구역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PSR이란 달의 자전축 특성상 수십억 년 동안 태양빛이 단 한 번도 닿지 않는 크레이터 내부 지역을 말합니다. 빛이 없으니 온도가 극도로 낮게 유지되고, 그 덕분에 물 분자가 얼음 상태로 고스란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얼음이 실제로 확인된다면 활용 방안이 단순히 식수에 그치지 않습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O₂)와 수소(H₂)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산소는 우주비행사의 생명 유지에 직접 쓰이고, 수소는 액체 로켓 추진제의 원료가 됩니다. 다시 말해 달 현지에서 연료를 생산하는 ISRU(현지자원활용) 체계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ISRU란 In-Situ Resource Utilization의 약자로, 지구에서 모든 자원을 싣고 올라가는 대신 현지에서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기술 개념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1kg을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백만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ISRU 기술이 확립되면 장기 탐사의 경제성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자원 활용 논의가 나오면 "그게 진짜 가능한 얘기인가"라는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인도의 찬드라얀-1호와 미국의 LRO(달 정찰 궤도선)가 수집한 데이터에서 수소 농도가 높은 지역이 남극 일대에서 확인된 바 있다고 NASA는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제가 직접 논문까지 들여다봤을 때, 완전한 확정은 아니지만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증거들은 이미 쌓여 있었습니다.

    달 기지가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이유

     

    달 기지를 왜 만드냐는 질문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그 돈으로 지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도 팽팽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주장 모두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달 기지의 존재 이유를 화성 탐사와 연결하면 논리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는 현재 기술로 편도 약 6~9개월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우주비행사들은 미소중력(微小重力) 환경에 노출됩니다. 미소중력이란 지구 중력에 비해 극히 작은 중력 상태를 말하는데, 장기 노출 시 근육 위축, 골밀도 저하, 심혈관 기능 저하 같은 생리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달에서 수개월을 체류하며 이런 환경에 대한 대응 기술을 검증한 뒤 화성에 가는 것과, 아무 준비 없이 바로 가는 것은 리스크 수준이 다릅니다.

    달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약 6분의 1, 수치로는 1.62m/s²입니다. 이 낮은 중력 덕분에 달에서 우주선을 발사할 경우 지구 발사에 비해 훨씬 적은 추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달이 심우주 탐사의 물류 거점으로서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연구 자료를 보면 장기 우주 체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출처: NASA ISS Research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달 기지 논의가 단순한 과학적 낭만이 아니라, 수십 년치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학적 판단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달 표면의 우주방사선 피폭 문제, 레골리스(달 표면의 미세 먼지)가 장비와 폐에 끼치는 위험, 안정적인 전력 공급 인프라 구축 등은 현재진행형 연구 과제입니다. "기술이 아직 멀었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 시점이 오히려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도기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이 원래 일정보다 수차례 연기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SLS 로켓이 실제로 발사되었고, 오리온 캡슐이 달 궤도를 돌고 돌아왔습니다. 계획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저는 그 점에서 이 계획을 여전히 주목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달 탐사는 단지 "또 한 번 가보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가 지구 밖에서 자원을 만들고, 생활을 유지하고, 더 먼 곳으로 나아가는 능력을 처음으로 검증하는 실험입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성패가 향후 수십 년 우주 개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평가는 과장이 아닙니다. 달에서 첫 삽을 뜨는 순간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지금부터 관심 있게 지켜볼 가치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