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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의 기원 (별의 핵융합, r-과정, 중성자별 충돌)

     

    반지나 목걸이를 살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이게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저는 한동안 금이 그냥 땅속에서 캐내는 광물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우주론을 조금씩 들여다보면서, 손목 위에 걸쳐놓은 금팔찌 하나가 수십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벌어진 충돌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로 금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별 내부의 핵융합, 철까지가 한계다

     

    우주 초기, 빅뱅 직후에는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들만 가득했습니다. 이후 별이 탄생하면서 핵융합(nuclear fusion)이 시작됐는데, 핵융합이란 가벼운 원자핵 두 개가 결합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 하나를 만드는 반응으로,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태양 같은 별이 수십억 년 동안 빛을 내는 것도 이 반응 덕분입니다.

    질량이 큰 별일수록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수소에서 헬륨, 탄소, 산소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철(Fe)까지 생성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철은 핵융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원소의 끝입니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핵융합으로 만들려면 에너지를 방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집어넣어야 합니다. 별 스스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제가 처음 이 부분을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별이 모든 원소를 만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철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렇다면 금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r-과정, 금을 만드는 극단적인 조건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r-과정(rapid neutron capture process)입니다. 여기서 r-과정이란 원자핵이 중성자를 극도로 빠른 속도로 연속 흡수하면서 순식간에 무거운 원소로 변환되는 핵반응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원자핵에 중성자가 폭포처럼 쏟아지면서 점점 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이 r-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조건이 필요합니다. 중성자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환경이어야 하는데, 그 조건을 충족하는 현상이 두 가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 초신성 폭발(supernova):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하고 폭발할 때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와 중성자
    • 중성자별 충돌(neutron star merger):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며 병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고밀도 중성자 방출

    오랫동안 초신성 폭발이 금 생성의 주요 경로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2017년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순간을 중력파(gravitational wave) 관측으로 처음 포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중력파란 질량을 가진 천체가 가속 운동할 때 시공간에 생기는 파동으로,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했던 현상입니다. 이 관측 결과를 통해 충돌 현장에서 금을 비롯한 무거운 원소들이 실제로 생성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확인됐습니다(출처: NASA).

    제가 이 부분을 직접 파고들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관측 기술의 발전이 이론을 뒤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중성자별 충돌이 금 생성에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중력파 관측이 없었다면 여전히 가설 수준에 머물렀을 이야기입니다.

    금의 희소성이 우주의 역사와 연결되는 이유

     

    지구에서 금이 귀한 이유는 단순히 매장량이 적어서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금의 희소성은 그 탄생 조건 자체가 우주적 규모의 사건을 전제로 한다는 데 있습니다.

    중성자별 자체가 극히 드문 천체입니다. 태양 질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거대 별이 초신성 폭발 이후 남긴 잔해가 중성자별인데, 그 두 개가 서로를 향해 수십억 년에 걸쳐 나선형으로 접근한 끝에 충돌해야 합니다. 킬로노바(kilonova)라 불리는 이 충돌 현상은 킬로노바란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특수한 폭발 사건을 말하며, 일반 초신성보다 훨씬 희귀하게 발생합니다. 우리 은하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빈도는 수만 년에 한 번 수준으로 추정됩니다(출처: ESA, European Space Agency).

    금속 자체의 물리적 특성, 즉 부식되지 않고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며 가공이 쉽다는 점도 분명히 가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금이 역사 내내 귀하게 취급된 또 다른 이유는 인류가 직관적으로 희귀성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십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두 별이 충돌해야 생겨나는 물질이니, 희귀한 게 당연합니다.

    핵물리학(nuclear physics) 관점에서 금의 원자번호는 79입니다. 핵물리학이란 원자핵의 구조와 반응을 연구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로, 금처럼 원자번호가 큰 원소일수록 생성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특수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금보다 무거운 백금, 우라늄 같은 원소들도 같은 r-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 원소들이 모두 극히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손가락에 끼운 금반지 하나를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 반지를 구성하는 원자 하나하나는 수십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던 그 순간에 태어난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난 뒤로 귀금속 매장을 지나칠 때마다 진열장을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우주 대충돌의 흔적이 유리 케이스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셈이니까요.

    금의 기원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중력파 천문학(gravitational wave astronomy) 분야를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2017년 GW170817 관측 사건 이후 이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무거운 원소의 생성 경로에 대한 더 정밀한 답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